11.24

2014. 11. 24. 03:18 카테고리 없음

글을 오랫동안 쓰지 않았다. 일기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이, 잠깐이라도 소흘해지면 무신경해지는 법이다. 특히 자기 잘못을 고백하거나 반성하는 도구가 되어버리면 더더욱 돌아보기 힘들다. 블로그를 일기로 쓰고 싶진 않았더라도 그렇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동안 지나쳐버린 수많은 사람, 사건, 시간들이다. 이곳에 미처 담아두지 못한 경험과 이야기들이라서 아쉽다. 이렇게 기록과 영감조차 때를 놓치면 후회하는 법이다.


금방 무언가 큰 일을 벌일 것처럼, 크게 길을 헤매고 있다. 요즘은 불안해서 내가 얼마나 걸어왔나 끊임없이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피곤하거나 불안하면 꿈을 꾸는 일은 이제 습관이라기보단 일상이다. 얼마전 가장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그동안 살아온 삶을 반추해볼 만한 기회를 얻었다. 우연히도 짧은 기간을 두고 내가 자라온 곳들을 갈 일들이 연속으로 생겼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여행을 떠난 느낌이었다. 이제는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장소에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조각들을 짜맞추다 보니, 이 장소가 견뎌온 시간과 변화를 가늠할 수 있었다. 문득 '그땐 내가 정말 작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잘할 걸. 왜 그랬을까' 결국 참을 수 없는 순간에 다다르면 화를 낸다.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은 아니다. 지난주의 면접이 떠올라서다. 길을 가다가도 불쑥 떠오른다. 누군가가 물어보면 궁색한 변명을 하지만,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게 화를 내다 보면 어렸을 적 내가 떠오른다. 부끄럽다. 지금 나는 얼마나 자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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